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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금의 역사…"세금의 역사는 불공평의 연속" 번호 385567
김낙회

세금은 인류문명과 함께 생성·발전해 왔다.

공동으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공동체사회에서는 세금이 필요 없었다. 농경과 목축 에 의한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4대 문명이 형성되었고(메소포타미아 문명 B.C. 3500년경, 이집트문명 B.C. 3000년경, 인도문명 B.C. 2000년경, 중국 문명 B.C. 1500년경) 자연스럽게 세금도 생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문명의 발생은 잉여 농산물의 축적, 계층의 분화, 도시의 발달, 그리고 국가 형태의 조직이 나타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가운영을 위하여 세금도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은 B.C. 3000년경 이집트 고왕국 때였다.

이집트 최초로 통일 왕국을 이룬 메네스Menes 왕 시대에 노역Corvée과 십일조Tithe 형태의 공납이 바로 세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프라테스강에서 번성했던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도 세금이 존재했다. B.C. 2500년대 수메르 라가시 왕조의 지배자가 세금을 감면했다는 기록이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쐐기글자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대 왕조의 세금은 주로 십일조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세율이 10%였던 것이다.(1)

물론 지역과 시대에 따라 세율이 다르기도 했다. 성경에는 고대 이집트 시대의 세금제도가 기록되
어 있다. 히브리 노예로서 이집트 국무총리가 된 요셉의 치하에서는 흉년에 대비해 식량을 비축할 목적으로 20%를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십일조와 유사한 세제는 바빌론이나 이집트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발견되는데 세율은 10%, 20%, 25%, 50% 등 다양했다고 한다.

로마 시대로 들어오면서 세금은 점차 다양해진다.

로마 시대의 세금으로는 직접세와 간접세가 있었다.

직접세는 주로 인두세와 토지세였고, 간접세로는 관세와 통행세가 있었다. 로마 시대의 조세제도는 중세 봉건시대에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세금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이다.

동양에서 기록상 가장 오래된 조세제도는 중국 주나라의 정전제인데 사실상 십일조 형태로 세금을 내는 것이었다. 주나라에서는 일정 면적의 땅을 '우물 정井' 모양으로 9등분하여 백성들에게 배분한 후 그중 한가운데 있는 땅은 공동 경작하고 거기에서 생산된 곡물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도록 하였다.

춘추전국시대와 진한시대를 거쳐 당나라 시대가 되면서 세금제도는 조租·용庸·조調의 형태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조租란 토지의 사용 대가로 국가에 내는 부담을 말하는 것이고, 용庸이란 국민이 노동력을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서 사람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며, 조調란 특산물을 국가에 내는 것으로서 가구당 부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세금이 존재했다.(2)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B.C. 2333~B.C. 108)에서 조세에 관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역사서 '시경詩經' 에는 고조선이 농토를 정리해서 세금을 매겼다는 기록이 있고, '맹자孟子'에는 고조선에서 20분의 1을 세금으로 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맹자는 당시 중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세금으로 단군조선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규모가 큰 사원이나 궁궐 등을 건축하지 않고 지배귀족이 검소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중국의 조세제도를 받아들여 조선시대까지는 조·용·조의 형태가 지속되었고,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조세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의 역사는 불공평과 억압, 그로 인한 저항의 역사였다. 국가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세금의 수요도 커졌다. 세금의 수요가 커지면서 위정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저항 없이 세금을 걷을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반대로 국민들은 어떻게 하면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오죽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는 매년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국가 전체 또는 개인의 세금을 모두 부담하게 되는 첫날을 비로소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로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이라고 지칭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떠 특정 납세자단체에서는 '세금해방일'이라고 부른다.

근대 이전까지 세금부담의 주체는 주로 피지배계층이었다. 성직자나 귀족 등 특권층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이 면제되거나 감면되었고, 그만큼 농민 등 피지배계층에게 떠넘겨졌다. 미처 발달하지 못한 징세행정도 세금부담을 불공평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3)

프랑스에서는 19세기 후반까지도 간접세는 별도의 징세청부업자들이 거뒀다.

징세청부업자들은 계약된 일정액을 국가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소득으로 가져갔다. 국가에 납부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조세징수인인 자신들이 소유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불공평한 세금부담은 사회불안 요인이었고 극단적으로는 반란이나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대헌장이나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혁명이다.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정권이나 왕조가 등장하면서 조세제도도 새롭게 정비되었다. 초기에는 합리적으로 설계되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와 현실의 부조화, 특권계층의 조세회피, 불공평한 징세행정으로 사회적 변혁의 불씨가 되고는 하였다.

우리 역사에서도 조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세금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피폐한 것은 불과 수 세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양민들의 피곤한 삶은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 기록되어 있다.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전라도의 한 농부가 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관리가 와서 아들을 군적에 올리고 빌린 군포 대신 집에서 농사짓는 데 사용하던 소를 빼앗아가 버렸다.

더 이상 아이를 낳아봐야 세금 때문에 살아가기 힘들다고 생각한 농부는 칼을 뽑아 자신의 중요 부위를 잘라버렸다. 농부의 아내가 항의하고자 관청에 갔지만 관원이 들여보내 주지 않자 마을로 돌아와서 처절하게 울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약용이 그 당시 세제의 문란한 상황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4)

오늘날의 세금은 과거에 비하면 매우 공평해졌다. 공평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애덤 스미스 시대에는 공평에 대한 철학이 '능력에 비례'하여 부담하는 것이었다면(5) 오늘날에는 '누진적으로 더 많이' 부담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얼마만큼 더 부담하는 것이 공평한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구성원의 생각과 입장이 제각기 다르고 또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시대정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평함에 대한 관점에서 시장 기능 중시자와 정부 개입 중시자는 대립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시장 기능 중시자들은 시장 기능에 의해 분배된 결과에 대해(분배 과정이 공정하다는 기본 인식이 들어가 있다) 가급적 인위적인 재분배를 지양하자는 입장이다.

정부 개입 중시자들은 상대적으로 결과적 평등을 중시한다. 시장 기능에 의한 분배는 공정하지 않고 설사 공정하더라도 재분배를 통해 부분적으로 결과적 평등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조세를 통한 재분배 입장이 상반되게 나타난다.

공평하면서도 현실 여건에 맞는 세제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영원한 숙제이다.

비록 과거에는 맞았더라도 오늘의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경제·사회적 여건의 변화에 맞춰 조세제도를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1)곽태원, 「조세론」, 법문사, 2001, p97.
(2)허용석, 「조세정책론(Tax Redesign)」, 삼일인포마인, 2014, p19.
(3)원윤희, 「역사 속의 세금 이야기」, 박영사, 2014, p64.
(4)문점식, 「역사 속 세금 이야기」, 세경사, 2012, p587.
(5)모든 나라의 국민은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각자의 능력에 비례하여, 즉 각자 국가의 보호하에 누리는 수입에 비례하여 각출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 유인호 옮김,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동서문화사, 2016, p866.

김낙회 저서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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