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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세무사법 입법예고'에 대한 단상(斷想) 번호 382871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26일 2004년부터 2017년에 합격한 변호사(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전면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동 입법 예고는 2018년 4월 26일 직업선택의 자유를 이유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기획재정부는 9월 10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걸쳐 10월 초에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번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회계능력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이론 교육 및 현장연수를 조건으로  ▲ 조세신고·불복청구 등 대리 ▲ 조세 상담·자문 ▲ 의견진술 대리 ▲ 공시지가 이의신청 대리 ▲ 조세 신고서류 확인 ▲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 장부작성 대리 ▲ 성실신고 확인 등의 모든 세무업무를 허용한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수준 높은 교육 및 연수·평가로 올바른 진입장벽 형성해야

필자는 이전에도 여러 번 회계와 세무에 관한 능력이 없는 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장부작성 등이 납세자 권익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기재부가 제시한 교육의 구성이 형식적인 실무 수습의 과정이 된다면 이는 개정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보기 좋은 전시 거리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납세자 편익이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수행 되어지는 교육의 과정은 세무사 2차 시험 정도의 수준을 준수해야 할 것이고, 이는 엄정한 평가가 반드시 후행 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변리사의 경우와 같이 250시간 정도의 집합교육과 평가, 6개월의 실무 수습이 필요할 것이고, 교육과 평가의 주관이 한국세무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세무조정을 할 수 있는 회계능력 검증 및 평가에 세법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과 평가를 한국세무사회 주최가 아닌 변호사회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면 형식적인 교육과 평가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고, 세무대리 업무에 관련된 변호사의 징계권도 한국세무사회가 가져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교육과 실무 수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전문자격사로서 양질의 서비스를 납세자에게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자격사 단체의 이기심이 납세자의 재산권 침해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러한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헤아려 볼 일이다. 

세무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한국세무사회는 향후 입법과정에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임해 위 사항이 시행 규칙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논의가 전문자격사 간 직역 다툼이 본질이라고 치부할 것이고, 일정 부분 그러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생각 또한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납세자 권익 보호라는 대의의 차원에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의 잘못된 서비스를 막아야 하는 책임이 우리 세무사에게 있고, 한국세무사회가 이를 쟁취하지 못한다면 일정 부분 책임을 방기 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 자명하다.

한국세무사회는 조세소송대리권 확보 위해 매진해야

이번 세무사법 개정이 진정한 의미에서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세무사에 대한 조세소송대리권 부여에 대한 명분이 일정 부분 확보될 것이다. 이를 기회로 한국세무사회는 조세소송대리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조세소송 패소가액이 1조 9000억원, 2018년 조세소송 패소가액은 1조 6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액 조세사건은 쟁점세액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변호사 비용으로 납세자가 소송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 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민들이 헌법상 보장받고 있는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변호사의 소송독점권이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조세 전문가인 세무사에게 조세소송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해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양질의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함으로써 확보되는 권리인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에 대한 공익이 변호사의 소송독점권 포기로 인해 상실되는 사적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변호사 단체는 민사소송법 등 소송에 대해 세무사들이 잘 알지 못하고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위배 된다는 이유를 들어 극렬히 반대하고 있으나, 필자는 이 주장이 현실에 부합한 것인지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변호사들이  2000만원 미만의 조세소송을 수임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고, 세무사들이 이의신청 또는 심판 청구에서 제출하는 서면과 변호사가 조세소송에서 제출하는 서면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 민사소송법 등에 대한 지식 부족이 우려된다면 김정우의원이 발의해 국회 기재위에서 계류 중인 법안과 같이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가칭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해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면 될 것이다.

현행 변리사법에서도 변리사에게 특허 및 실용신안 등과 관련해 행정소송의 대리인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 세무사(Enrolled Agent, E.A.)도 연방조세법원이 주관하는 조세소송대리시험에 합격하면 소송대리의 수행이 가능하다. 독일 또한 금융·재정에 대한 재판에서 연방재판소까지 세무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조세소송대리권 확보는 우리 세무사의 직역 확장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 보호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획재정부가 주장하듯 기존의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적다는 외부 법률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법무부를 설득하고자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법무부와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조정실까지 가서야 이번 입법 예고가 이루어진 사정을 전해들은 필자로써는, 왜 법무부가 이런 사항을 직역 간 다툼으로만 보는지, 국회 등 여러 국가기관에서 많은 자격사들 중 왜 변호사들만의 이익을 더 배타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는지 씁쓸한 소회를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문자격사 간 직역 다툼은 거칠게 말하면 밥그릇 싸움이 일견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격사 간 다툼이 각자의 이해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할 때 그 대립을 완화하고자 하는 점에만 초점을 둔다면 그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자격사의 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혜택이 더 소중한 가치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한 줌도 되지 않는 각 자격사의 이익이 헌법상 보장되어야 할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가치에 티끌만큼도 비견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합리적 발상의 전환이 이제라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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