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과 기초생활보장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2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별 최저임금보다 가구별 최저소득이 답이다' 토론회에 참석해 '가구별 최저소득 보장제 도입방안'을 발제했다.

조 실장은 "선거 때마다 인기영합적인 복지제도가 도입되면서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행정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인간의 권리로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며 "다만 현행 복지제도를 근본적으로 대체한다는 기본전제가 엄수돼야 한다.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한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복지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에 따르면 현재 장려금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최저임금 등과 상충해 노동 유인 효과가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와 공공부조의 총 지출 규모는 2015년 기준 193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노인빈곤과 저출산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실장은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 ▲토빈의 음의 소득세 ▲머레이의 기본소득제 ▲스페인의 기본소득제 등 기본소득제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했다.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의 경우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빈곤퇴지, 근로 유인 확대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면세점 이하의 빈곤층에게 단일세율로 부과되는 소득세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기준으로 면세소득을 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근로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의 경우 받는 지원금은 4인 기준 2500만원이 되며 소득이 높을 수록 지원금은 점점 감소하다가 소득이 5000만원이 되면 지원금은 없어진다.

다만 이것이 시행됐을 경우 근로자들이 근로를 하지 않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2015년 기준 약 75조9157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기초생활보장, 장려금, 노인청소년, 노동, 주택, 사회복지 일반 등의 복지제도를 폐지해 54조8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추가로 21조원을 확보해야 한다.

토빈의 음의 소득세는 프리드먼에 비해 근로유인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됐다. 면세점 소득을 4인 가구 5000만원이라고 설정하면 근로소득이 전혀 없는 4인 가구의 지원금은 연간 1667만원으로 프리드먼이 제안한 것보다 833만원 적어진다. 다만 연간소득이 5000만원이 넘는다면 세제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50조6000원의 재원이 소요되어 각종 복지제도를 폐지해서 확보한 재원인 54조8000억원이 오히려 남게 된다.

머레이의 기본소득제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21세 이상 국민 누구나 일정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행 복지제도를 모두 폐지할 경우 부자들도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고소득층의도 지원을 해줘야하며 다만 소득에 따라 특별부과세를 부과해 소득이 제일 높은 사람에게는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해 193조3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으로 266조4000억원이 지출되면서 73조1000억원의 재원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스페인의 기본소득제는 머레이의 기본소득제보다 연령을 낮춰 18세 이상부터 제공하며 세제개혁을 같이 병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을 제외한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며 현행 모든 소득세를 폐지하고 단일세제로 전환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원금으로 341조5000억원을 지출하지만 세금으로 159조원을 징수해 정부의 순지출은 182조5000억원이 된다. 하지만 복지제도 폐지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 117조3000억원보다 지출이 많아져 65조2000억원의 추가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조 실장은 "재원규모나 노동의 역유인 효과, 소득재분배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기본소득제보다 음의 소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본소득제는 현행 복지재도의 근본적인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본소득제로 야기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도 함께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