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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속제도는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 번호 348161

상속제도는 보수적인 것일까 진보적인 것일까?

굳이 이념에 결부시키자면 상속제도는 보수주의와 더 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에 따라붙는 '상속세'는?

근대적 의미의 상속세는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계기는 프랑스대혁명이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여파는 바다 건너 영국으로 밀려들었다. 프랑스 방식의 혁명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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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드먼드 버크, 위키백과 제공

에드먼드 버크는 피의 혁명이 두려웠다. 그래서 쓴 장문의 논리가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이다.

이로 인해 버크는 오늘날 보수주의 정치이론의 선구자가 됐다.

흔히들 오해하는데 보수와 수구는 완전히 다르다.

그저 기왕의 제도를 무조건 지키고 답습하자는 건 결코 보수주의가 아니다.

지킬만한 가치와 전통을 계승하고,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존중하자는 것이 보수주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킬만한 제도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작업은 수구가 아니라 개혁이다.

버크는 "변화시킬 수단을 갖지 않은 국가는 보존을 위한 수단도 없는 법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혁명을 기다릴 것이 아닌 선제적이면서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낸 문장이다.

영국의 상속세는 바로 이런 역사적, 이념적 맥락 속에서 출현했다.
 
영국의 지도층들은 프랑스대혁명의 이념이 영국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또 프랑스대혁명을 철저히 분석했다.

하지만 '앙시엥레짐(구체제)'가 문제였다.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의 독점과 극단적 양극화였고, 이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를 이해한 영국이 부의 세습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상속세를 도입한 것은 납득할 만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낡은 자전거를 버리고, 새로 사자는 것이 진보라면 고장 난 부위를 잘 살펴서 부품을 교체한 뒤, 수리해서 다시 타자는 것이 보수라고 표현한 정치가가 있다.

덧붙이면, 고장 나기 전에 예방적 점검을 하고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가치가 계속 유효한지를 잘 살펴나가는 것. 이것이 보수다.

그렇다면 상속세 또한 한편으론 진보적 가치를 함유하지만, 그 근본적 태생은 보수주의적 제도개혁에서 시작됐음을 이해하게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7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 중 보유 자산을 '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95.7%. 당연히 '상속설계'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애로사항은? '상속세·증여세 납부 부담'(64.6%), '상속 및 증여에 대한 지식 부족'(41.2%) 순이었다.

우리네 부자들은 상속의 절대성을 인정하되, 세금이 부담스럽고, 상속설계에 대한 방법론 부족이 문제라고 인식했다.
 
지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장모의 손녀(홍 장관의 딸)에 대한 증여와 과세문제로 시끄러웠다.

당시 청와대는 '쪼개기 증여' 논란에 대해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합법적 절세 방법"이라며 "상식적 방식을 왜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홍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는) 혁신적 세금 회피이고, 창조적 증여"라고 비꼬며 사퇴를 촉구했었다.
 
현재, 세무업계에서 거론되는 상속·증여 관련 절세 플랜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대체적으로 사전증여를 추천한다.

먼저, 사전증여의 기준시점이 10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증여하라는 것. 아울러 분할증여도 강조된다.

홍 장관의 사례와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손자, 손녀로, 세대를 건너뛴 상속 및 증여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 칼럼에서 늘 강조하곤 하지만 상속은 그저 재산 상속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의 명예와 가치를 비롯해 전통, 재산 등을 후손에게 계승하고, 이를 발판 삼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상속의 본래적 취지이자 보수적 가치다.

상속을 재산에 한정하는 순간 초점은 절세로 집중되고, 그저 절세를 위한 사전·격세·분할증여들이 강조된다. 재산 상속만큼이나 다양한 가치와 명예, 전통의 상속에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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