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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淸 옹정제가 끝까지 후계자를 숨긴 까닭은? 번호 347609

옹정 원년(1723) 8월, 청나라 옹정제는 모든 황자와 대신들을 불러 모았다.

"아무래도 황태자라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천자도 언젠가는 죽는 법, 따라서 반드시 후계자를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짐은 지금 마음속에 확실히 후계자를 결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에게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이름을 종이에 써서 이 작은 상자 속에 넣어 둘 것이다. 이 상자는 건청궁(乾淸宮)의 옥좌 위에 높이 걸린 '정대광명'(正大光明)이라는 액자 뒤에 놓아둘 것이다"

"짐이 마음속으로 결정해 두었던 후계자일지라도 앞으로의 행동거지를 봐서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나쁜 길에 빠지는 일이 있으면 즉시 그 이름을 바꿔 버릴 것이다. 짐에게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 후계자를 말로 지목할 겨를이 없이 죽었을 때에는 여러 황자와 대신들이 함께 모여 이 상자를 열어 보라. 거기에 이름이 적혀 있는 자가 곧 황위 계승자이다"

이것이 청조 내내 계승된 '태자밀건법(密建法)'이다. (미야자키 이치사다, 《옹정제》)

옹정제의 아버지 되는 강희제가 황가의 계보에 올린 아들만도 무려 서른다섯.

딸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숫자를 알 수도 없다. 옹정제는 이 중 네 번째였다. 다행히 황권 투쟁에서 승리했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고안해낸 것이 '태자밀건법'이다.

이로부터 황제의 많은 자녀들은 오로지 수양에 힘쓰며 아버지 황제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됐다.

신하들이 줄을 설 염려도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황권은 결코 황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 참으로 교묘한 통치술이었다.

한국 재벌가에도 이른바 '왕자의 난'이 있었다.

지난 2000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자녀들 사이의 분쟁을 언론들은 그렇게 불렀다. 현대 家 왕자의 난은 2003년 며느리와 시아버지 간의 '시숙의 난'으로, 2006년에는 며느리와 시동생 간의 난으로까지 이어졌다.

누구나 알고 있듯 삼성그룹도 형제간의 난이 반복됐다. 또 두산, 한진, 롯데, 금호, 한화그룹 등이 그랬다. 구중궁궐의 권력투쟁만큼이나 재산 상속 분쟁에서 자유로운 재벌그룹이 거의 없을 정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역시나 답은 '상속설계'에 있다.

그렇다면, 상속설계를 자녀들과 상의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비밀로 하는 게 좋을까?

그것은 사실 가족사나 가풍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상속설계가 확정됐다면, 자녀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게 좋을까? 혹 옹정제처럼 숨기는 게 좋을까?

이 또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주식회사 등을 소유, 경영하는 경우라면 시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는 사적 소유를 넘어선 공개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편적 질문 중 하나는 '사전증여가 나을지', '사후상속이 더 나을지'다.

그리고 이런 기대심리는 자칫 자녀 독립성에 해를 끼칠까 염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강조할 것이 유언은 자유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의 자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유류분제도가 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해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것"(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이다.

이렇듯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자유와 상속인의 기대를 절충시킨 제도다. 제도가 상징하듯 조화와 양보가 필요하다.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하면, 너무 쥐고 있어도 안 되고, 너무 풀어도 안 되며, 미리 완전히 줘버려도 안 된다. 자녀의 형편이 어려운데도 사후상속만을 고집하는 것 또한 위험할 수 있다.

상속은 본질적으로 가족 간의 문제다.

그래서 마음을 열어젖힌 상담이 중요하고, 전문가들의 비밀엄수 또한 중요하다.

결국 '상속설계'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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